어떤 상황이었나
- — 자유학기제는 시험이 없는 학기라 학생이 성취를 느낄 다른 방법이 필요합니다. 그런데 체험으로 끝내면 하루 재미있고 남는 게 없고, 진도를 나가려 들면 정규 수업과 다를 바가 없어집니다.
- — 코딩은 특히 그렇습니다. 맛보기로 끝내면 "코딩 해봤다"는 기억만 남고, 개념을 제대로 다루려 하면 금세 어려워져 흥미가 꺼집니다.
- — 담당 선생님들이 자유학기제 프로그램에서 가장 어려워하는 지점이 바로 이 "무엇을 넣을지"입니다.
어떻게 진행했나
- — 같은 개념을 두 가지 방식으로 만나게 하는 구성으로 잡았습니다. 엔트리와 햄스터 로봇 둘 다 블록을 쌓아 프로그램을 만들지만, 결과가 나타나는 곳이 다릅니다.
- — 첫날 — 엔트리로 게임과 애니메이션을 만들었습니다. 캐릭터를 몇 걸음 움직일지, 어디서 방향을 바꿀지, 무엇에 닿으면 점수를 올릴지 정하는 것 하나하나가 곧 명령이 됩니다. 이 단계에서 중요한 건 완성도가 아니라 시도 횟수라, 숫자 하나 바꾸고 실행해 보는 과정을 충분히 거치게 했습니다.
- — 둘째 날 — 햄스터 로봇으로 같은 개념을 책상 위로 꺼냈습니다. 센서로 주변을 감지하게 하고, 조건에 따라 다르게 움직이도록 만들고, 미션 코스를 통과시키는 프로젝트까지 진행했습니다. AI로 아이디어를 구현해 보는 시간도 함께 넣었습니다.
- — 이틀을 하나의 흐름으로 묶었습니다. 화면에서 충분히 시도해 본 다음 실제 로봇으로 넘어가는 순서라, 둘째 날이 첫날의 반복이 아니라 확장이 됩니다.
무엇이 남았나
- — 엔트리에서는 잘못 만들어도 화면만 이상해질 뿐이라 부담 없이 여러 번 고쳐볼 수 있습니다. 처음 코딩을 접하는 학생에게는 이 안전한 반복이 필요합니다.
- — 햄스터 로봇에서는 블록 하나를 잘못 놓으면 로봇이 눈앞에서 엉뚱한 방향으로 갑니다. 학생들이 가장 몰입하는 순간이 여기였습니다 — 오류가 즉시 눈에 보이니 원인을 찾고 싶어지고, 오류를 피해야 할 실패가 아니라 풀어야 할 문제로 받아들이기 시작합니다.
- — 16명 규모라 개별 대응이 가능했습니다. 블록 순서에서 막히는 학생, 로봇 연결에서 막히는 학생, 아이디어는 있는데 어디서부터 만들지 몰라 멈춘 학생이 한 교실에 같이 있는데, 진도를 하나로 묶지 않아도 수업이 굴러갔습니다.
- — 각자 만든 게임과 로봇 미션이 결과물로 남았습니다. "무엇을 했는지" 스스로 설명할 수 있어야 자유학기제 경험이 됩니다.
이 사례가 말하는 것
자유학기제 수업이 남겨야 하는 것은 코딩 실력이 아닙니다. 중학생이 이틀 만에 개발자가 될 수는 없습니다. 대신 내가 정한 규칙대로 무언가가 움직인다는 경험, 뜻대로 안 될 때 원인을 찾아보는 습관, 컴퓨터와 로봇이 같은 원리로 움직인다는 감각이 남습니다. 이 세 가지는 다음에 어떤 도구를 만나도 그대로 쓰입니다. 프로그램을 설계할 때 인원을 조정할 수 있다면, 그 부분이 만족도에 꽤 크게 작용합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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